엇갈린 명암, 나이키와 브룩스 이야기

2021. 9. 4. 21:01위클리 웹진


코로나19로 인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20 도쿄 올림픽이 지난 달 막을 내렸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갈고 닦은 실력을 겨루는 올림픽은 세계인들의 원초적 감성을 자극하고 이목을 한 곳에 모으는 특별한 무대다. 그러나 그 비하인드 씬에서 올림픽은 선수들의 신;육체를 책임지는 스포츠 브랜드들이 공들여 준비한 기술력이 충돌하는 천하제일테크대회이기도 하다.

이 천하제일테크대회에서 나온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최고의 신;육체를 가리는 이번 올림픽에서 명암이 엇갈린 주인공들, 바로 나이키와 브룩스의 이야기다.

나이키는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현존 최고의 글로벌 스포츠 및 패션 브랜드 중 하나다.

포브스가 선정한 2021 세계 최대의 의류 기업 순위 2위에 랭크된 나이키 (아디다스는 7 위)



브룩스는 근본?(과연 근본이 맞을까? 추후 브룩스 브랜드 스토리에서 이에 대해 다룹니다) 러닝 전문 브랜드로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도 조용히 러닝 리테일 시장의 파이를 점점 늘려가며 급성장하고 있다.

2021년 1 분기 여성 러닝화 시장에서 브룩스가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면서 나이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NPD 리서치 결과)



자 그렇다면, 과연 명과 암은 각각 누구였을까?

영국 육상 국가대표 조시 커(사진 왼쪽) 선수가 1,500 m 결승에서 나이키 드래곤플라이 스파이크를 신은 모습이 포착되었다.

영국 육상 국가대표이자 브룩스의 간판 모델, 조시 커 선수는 이번 도쿄 올림픽 남자 육상1,500m 결승전에서 브랜드가 보이지 않는 스파이크를 신고 역주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이내 신발 바닥에 선명하게 표시된 나이키의 스우시 로고가 포착되며 브룩스를 사랑하는 팬들과 간부님들의 가슴은 타들어간 반면, 나이키는 순수하게 자신들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소비자들이 과연 이 사진을 보고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명약관화다. 그렇다면 조시 커 선수는 브룩스를 버리고 나이키의 기술력을 인정한 것일까?

이 이야기의 발단에는 코로나 19가 있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신발 제조 공장이 모두 아시아에 위치해 있던 브룩스는 코로나 19로 발발로 인해 국가간 이동이 제한됨에 따라 올림픽을 위한 새로운 신형 스파이크 육상화 개발에 차질을 빚었다. 반면, 나이키는 거대한 자본력과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해 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 1,500m 결승전 금,, 모두 나이키의 스파이크를 신었을 만큼 나이키는 덩치 뿐만 아니라 혁신까지 주도하는 진정한 신;육체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Super Shoes 라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스파이크를 만들어냈고 많은 경쟁 브랜드들이 앞다퉈 나이키의 기술력을 팔로우하는 양상을 여전히 볼 수 있다.

2017, 나이키는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가 마라톤 세계 기록보다 2.5분 앞선 2시간 25초를 기록하는 데 큰 공헌을 한 마라톤 화의 컨셉(탄력있는 폼 형태의 두꺼운 밑창과 단단한 탄소판이 들어간 형태의 신발)을 과거 초경량화에만 치중하던 스파이크화에 새롭게 접목시켰다. 이로써, 나이키 스파이크를 신은 선수들은 바닥을 디딜 때 마치 스프링을 단 것처럼 큰 에너지 반환력을 얻을 수 있게 되었고 기록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결국, 조시 커를 포함해 브룩스가 후원하는 엘리트 선수들은 브룩스가 이러한 우월한 기술력으로 자신의 기록 갱신에 도움이 되는 스파이크를 제공할 수 없었기에 나이키를 포함한 경쟁 브랜드들의 스파이크를 신고 올림픽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 열릴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및 각종 국제대회에서 과연 브룩스는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이번 이야기를 통해서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나이키와 브룩스의 이미지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첨단의 경쟁이 이뤄지는 글로벌 메가 이벤트 속 흥미로운 브랜드 스토리는 계속된다.


@지춘/ yukchema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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