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믿다 - GYMSHARK

2021. 9. 8. 16:39위클리 웹진

 

얼마 전 스포츠 리테일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스포츠 리테일 산업은 정말 호황일까?). 우리 생각보다 스포츠 브랜드의 매출 격차는 매우 심하며, 결국 독점 형태로 흘러가는 시장의 흐름을 바꿀 주자는 누가 될지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은 런칭 9년 만에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판에 크랙을 만들고 있는 브랜드를 소개하려고 한다.

 

짐샤크(Gymshark)는 2012년 영국에서 탄생했다. 처음에는 당시 19살의 나이로 대학에 재학중이던 벤 프란시스가 친구 루이스 모건과 드랍 세일즈 (한정된 물량을 정해진 시간에만 판매하는 방법)로 피트니스 제품들을 판매했고, 이후에는 아버지 집의 차고에서 스크린 프린터와 재봉틀 하나로 옷을 찍어내며 본인들의 제품을 팔기 시작한다. 이미 짐샤크 런칭 전부터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벤은 이전에도 온라인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팔거나 앱을 개발해 판매하기도 했다. 소위 헬창이었던 그는 헬스장을 기웃거리며 피트니스 산업에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고 한다. 결국 더 편하고 스타일리쉬한 운동복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본인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다. 마치 본인이 운동하며 기존 제품들에 불편함을 느껴 제품을 만들어버린 언더아머의 창립자 케빈 플랭크의 스토리를 연상시킨다.

 

어쨌든 2012년 시작한 짐샤크는 2020년 2억 6천만 파운드 (한화 약 4200억)의 매출을 기록했고, 브랜드 가치는 약 1조 6천억원에 달한다 (Forbes). 리테일 업계에서 짐샤크를 눈여겨 보는 이유는 단순 매출액 때문이 아니다. 이들의 성장세 때문이다. 2017년 짐샤크의 매출은 고작 4천만 파운드에 불과했다. 4년만에 600%의 성장을 이룬 셈이다. 전통 강자들이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폭발적으로 점유율을 늘려가는 사례는 언더아머, 룰루레몬 이후로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나 타 종목에 비해 피트니스는 매니아 소비층이 탄탄하여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기도 하다.

 

4년 동안 60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온갖 브랜드들이 난무하는 시장에서 짐샤크의 차별화는 무엇이었을까?

 

우선 짐샤크는 매장이 없다. 가끔 운영하는 팝업 스토어를 제외하고는 말 그대로 오프라인 스토어 없이 온라인으로만 판매를 하고 있다. 스포츠 리테일에서 피지컬 스토어가 없다는 것은 오퍼레이션 비용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메이저 브랜드들은 임대료, 인테리어, 집기, 인건비, 비주얼 등 매장 오퍼레이션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한다. 이 비용이 없으니 매출에 상당 부분을 다시 마케팅과 제품에 재투자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물론 매장없이 물건을 판다는 것은 모험이다. 근래 스포츠 브랜드의 이커머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사례기도 하다.

 

두번째 차별화 포인트는 브랜드 포지셔닝과 커뮤니케이션 타겟이다. 짐샤크는 기능성 의류가 판치는 피트니스 시장에서 어줍잖은 프리미엄이나 고기능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들의 주 타겟층은 슬림한 린 머슬형 몸매를 꿈꾸는 어린 소비자들이다. 어린 세대들은 더 이상 보디빌더와 같은 큰 근육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파악했다. 따라서 적절한 pricing과 브랜드 포지셔닝을 통해 소비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특히 짐샤크를 이야기하면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빼놓을 수 없는데, 초반에는 그들의 타겟 소비자층을 고려해 제품 홍보를 소셜 미디어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당시 디지털 인플루언서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렉스 그리핀이나 니키 블랙케터에게 제품을 보내고 노출을 요청했다. 지금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소셜 미디어를 통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대해 나름 엄격한 컨트롤을 하고 있으나 당시에는 무주공산이었다. 이같은 매크로 인플루언서들에게 큰 영향을 받았던 어린 세대들은 금방 브랜드에 친숙해지고 제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또한 인터넷 매체들의 특성상 빠른 피드백을 잘 활용해 다음 제품 드랍에 반영하며 헤비 유저 및 일반 소비자들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다.

 

 

많은 인플루언서들을 관리하다보니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가운데는 짐샤크의 CEO 벤 프란시스다

 

급격한 성장에는 반드시 성장통이 있기 마련인데, 짐샤크도 이슈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인플루언서들에게 크게 의존하다보니 이 그룹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짐샤크의 인플루언서들을 브랜드와 동일시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과도한 브랜드 노출을 감행하다 보니 스테로이드 등 약물을 사용해 몸을 키우거나, 제대로된 지식 없이 온라인에서 티칭을 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잡음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큰 비판을 받고 있으며 짐샤크 인플루언서들 간에도 갈등이 생기고 있다. 이런 부분들은 결국 브랜드 진정성과 연결되어 과도한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결국 짐샤크 또한 제대로된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선 철저한 브랜드 평판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에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넘어 엘리트 선수의 스폰서십도 시작했다. 사진은 복싱계의 떠오르는 스타 라이언 가르시아

 

하지만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매출 측면에서는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시기 적절한 온라인 마케팅과 오프라인 매장 없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비즈니스 방식,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빠르게 수용하는 기민함 등은 짐샤크가 앞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과연 짐샤크가 지금의 성장통을 잘 극복하고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길/ yukchema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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