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4. 14:23ㆍ위클리 웹진
오랜 시간동안 스포츠 웨어 시장에는 낙관적인 전망이 가득했다. 이미 한자리씩 거하게 차지하고 있는 나이키나 아디다스를 필두로 퓨마, 언더아머, 리복, 뉴발란스 등 후발 주자들이 가득함 에도 "소비자들의 여가 시간이 늘어나고..", "평균 수명 연장으로 인해 스포츠에 대한 참여도가..", "스포츠 웨어를 라이프 스타일로 입는 트렌드.." 등 여러가지 이유로 스포츠 웨어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언론 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집안에서의 활동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재택이나 홈 트레이닝을 위한 편한 복장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들도 쉽게 찾아 볼 수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 이야기. 정말 사실일까?
논리적으로 그럴듯해 보이는 우리의 추측은 가끔 현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기도 하다. 우선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은 맞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시장은 모든 브랜드들이 성장하는 게임이 아니다. 브랜드의 양극화 현상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어 있으며, 오히려 마켓 포화도는 점점 더 심해질 예정이다. 가장 큰 원인은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제외한 시장 리더들의 성장률이 거의 멈춘 것이다. 코로나가 문제가 아니다. 이미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를 지나 2010년도에 접어들며 지속적인 글로벌 마켓 성장으로 호황을 맞았던 회계년도 2019년을 기준으로 글로벌 매출 순위에서 TOP 10 브랜드들의 격차는 생각보다 상당히 크다.
1위인 나이키는 39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반면 10위인 리복은 20억 달러에 그쳤다. 현재 리서치 기관들에서 예측하는 2020-2030년 사이의 글로벌 스포츠웨어 (의류 및 신발)의 연평균 성장률은 5-7% 수준임에 비해 실제 TOP 10 브랜드들 중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를 제외하고 성장률이 거의 정체한 상황이다. 상위 브랜드 중에도 아디다스와 푸마는 2010년 들어 역신장을 기록한적도 있어 매년 꾸준히 좋은 성장률을 보이는 나이키와의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렇게 상위 브랜드들이 입지를 더욱 더 견고히 다지면서 스포츠 브랜드들의 격차는 날이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특히 스포츠 리테일 매출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는 신발 시장은 2020년 기준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절반에 가까운 마켓 쉐어를 가지고 있다 (Statista). 스포츠 브랜드에서 신발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매출 신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창립 후 19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 하면서 아디다스를 넘어 나이키의 아성에 도전 했던 언더아머의 케이스를 보면 얼마나 큰 벽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신발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꿈의 100억 달러 매출에 도달할 수 없다. 결국 언더아머도 본사가 위치한 미국 볼티모어 캠퍼스에 엄청난 규모의 R&D 센터를 세워 신발 테크놀로지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2015년을 기점으로 성장률이 정체 하며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언더아머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신발이 차지하는 포션이 22-24% 수준이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각각 2020년 기준 66%와 50%의 포션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예상 소비 규모를 감안할 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시장 상황이 예측되지만, 결국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가 호황을 누리기 위해선 현재 독주 체제를 굳힌 나이키와 아디다스와의 격차를 얼마나 빠르게 줄이냐가 최우선 과제다. 브랜드와 제품을 차별화하고, 소비자들의 생각과 트렌드를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선 명확한 소비자 타겟 설정은 물론, 조직 내 빠른 의사결정과 유통구조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시장에서는 그간 온라인 커머스와 전통적인 유통 채널들을 잘 정리하고, 진정성 있게 제품 개발과 브랜딩에 힘을 써온 브랜드들이 힘을 받을 수 있는 타이밍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과연 이 철옹성같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 크랙을 만들 빌런은 누가 될까?
@영길/ yukchemag@gmail.com
'위클리 웹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 그게 뭐야? 스포츠웨어 시장의 미래 (0) | 2021.09.15 |
---|---|
남들과는 다르게: JORDAN X PSG (0) | 2021.09.10 |
보이지 않는 것을 믿다 - GYMSHARK (0) | 2021.09.08 |
엇갈린 명암, 나이키와 브룩스 이야기 (0) | 2021.09.04 |